창극대본집1 1989~2006

창극대본집 1 (1989~2006) 전라북도립국악원

창극대본집 1 (1989~2006) 전라북도립국악원

목 차 1.89.06.01 「심산의 별들」-창단공연 김 향 3 2. 90.12.08 「하늘이여 땅이여」-제2·3·4회 정기공연 김 향 35 3.89.09.20 「효녀와 괴물」-제9회 한국국악제 참가작 김 향 53 4. 93. 09. 16 「맹진사댁 경사」-제5·7·8·10회 정기공연 박병도 63 5. 93.11.03 「춘향전」-제6·9·11·12회 정기공연 박병도 77 6. 95.08.15 「호남벌의 북소리」-제13회 정기공연 박병도 109 7. 95.11.05 「춘향전」-제14·15회 정기공연 박병도 145 8. 96.06.26 「춘풍의 처」-제16회 정기공연 박병도 175 9.97.11.27 「심청전」-제18회 정기공연 김정수 195 10.98.05.06 「장화홍련전」-제19회 정기공연 김정수 219 11.99.06.20 「비가비명창 권삼득」-제21·23회 정기공연 김정수 243 12. 99.10.12 「그리운 논개」-제22·24회 정기공연 김정수 269 13.00.11.13 「신놀보전」-제33회 정기공연 곽병창 287 14. 01.09.21 「춘향전」-제34회 정기공연 곽병창 303 15.03.10.04 「창극심청」-제37회 정기공연 김정수 327 16.04.06.30 「흥부전」-제38회 정기공연 류경호 355 17.05.12.14 「박씨전」-제39회 정기공연 박병도 375 18.06.06.21 「장희빈」-제40회 정기공연 조승철 401

작 - 김 향 연출-김 향 (이조야사) 작창-이성근 최승희 심산의별들 (대본) 도립국악단 창극부

등장인물 - 김길집 더벅머리 총각(천민의 자) - 이명화 마을촌장의 딸(고려후예) - 촌장 이영 화전마을 촌장(고려후예) - 이철민 이영의 아들, 이명화의 오빠 - 오달현 오미옥의 부, 산도적 괴수(관직에 있는 자) - 오미옥 도적괴수의 딸(무공있음) - 제주 제를 주관하는 제주 - 민치호 왕실 어사 外 二명 - 고을처녀 1,2 - 왜놈부인 1,2 - 박문식 북방의병대 인솔자 - 고려후예 1 - 도적 1 첩의 자 2 2 종의 자 3 3 불평분자 4 4 반정파 - 왜장 (보급장수) - 왜병척후병 1,2 - 왜놈 (해적, 귀화한 왜인) 신기웅 - 왜놈2 (해적, 귀화한 왜년) 서인만 - 外 왜군 10여명 - 왜병 1, 2, 3 아녀자 겁탈 - 마을사람 다수 - 그외 무리들 다수 무 대 舞臺 全體에 基本이 깔린다. 三尺 高臺가 舞臺 中央에 쭉 깔리고 그 위 左右로 五尺 정도의 高臺가 이중 으로 자리 잡고 中央은 훤히 뚫려있다. 양쪽 바위에 木橋가 놓여있고 二尺 계단 三개, 三尺 계단 二개가 必 要로 함. 장 치 深山峡谷의 全景이 한눈에 꽉 찬다. 멀리 左便山에서 쏟아지는 瀑布가 장관을 이루며 兩쪽 高臺 바위위 에 木橋가 가로 놓여져 있다. 바위틈 사이로 六月의 奇花妖草가 滿開하여 넘실거리고 舞臺全體가 樹木이 우거진 風景이다. 一見하여 深山峡谷의 大自然을 聯想케 한다. 또한 平地 右便에 큰 樹木이 가지를 펼치고 자리 잡고 있 다. 瀑布에서 내린 물줄기가 개천을 形成하여 위- 아래 마을로 境界를 이루게 한다. 또한 上, 下 中間高臺 에 洞窟穴이 눈에 띈다. 심산의 별들 ■ 5

제 1 장 일동 : 나려주옵소서. 나려주옵소서 제주 : 여러분- 지명: 현 강원도 정선과 삼척지방으로 추정함 이때 먼동이 트며 "조명"은 점점 아침햇살을 펼 시대 : 단기 3925년(서기 1592년) 임진왜란의 전 쳐 밝아온다. 밤새도록 제단에 지성드리느라고 란중 피로가 더하시겠오. 올해의 제를 정성들여 올렸 때 : 망국고려를 상기하여 고려재건을 위한 연중 으니 이 해 뜻이 이루어지기를 또 기회를 봅시다 행사의 대제의 날부터 극은 전개된다. 일동 서로. 수근댄다. 이때 촌장의 아들 이철민 무대 : 멀리 폭포가 은실을 풀어 헤치고 중앙 높 이 나서며 은 바위위에 화전고을 총장이 흰 수염을 흉풍에 나부끼며 제단 앞에 자리하고, 고 촌장 : 고을 어르신네와 형제자매 여러분 이 시각 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망국제에 참석하 부터 보다 더 "기"를 세워 마음을 가다듬고 무술 고 있다. 을 닦는데 게으름이 없이 심신을 단련해야 됩니 다. 보리도 걷어들였으니 이 한가한 틈을 놓치지 "용명" 새벽 三시경. 자욱한 안개 속에 무대에 말고 열심히들 땀을 흘립시다. 깔려있든 무용수들이 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. 일동 : 옳소. 그래야죠(웅성 웅성) 망국의 춤, 환상의 무용이 다각적으로 전개된다. 이철민 : 그래야만 고려 재건의 그날을 앞당길 수 계속 창에 따른 무용이 변화를 장식해 준다. 창에 맞는 무용은 계속된다. 가 있는 것입니다. 이때 오달현 도적 1. 2명 이끌고 들어선다 제주(창) : 비나이다. 비나이다 만물제신께 비옵시고 심산계곡 령신께서도 오달현 : 하하하 하하하(크게 웃으며) 이 소원을 세워주오 망국의 한 이백여년 고려재건? 하하하 여보시요들 그 허황한 꿈을 제 오늘도 풀길 없어 발 깨시오. 고려가 멸망한지 200년이 훨씬 넘었 일동(합창) : 고려후예 한마음되어 오. 그런데 무슨- 악귀가 붙었기에 아직도 정신을 엎드려 비나이다. 고려재건 이루도록 차리지 못하고 있소. 보살펴 주시옵고 이철민 : 아니 이 천벌을 받을 도적놈들아 - (복창) : 힘을 내려 주옵소서 그래 도적질이나 해먹지 남의 일에 웬 참견이야. 전지전능하신 신령이시여 오달현 : 하하하(웃으며) 한줄기 산맥을 타고 사는 이 제주(창) : 뜬구름 흘러가듯 웃인데 하두 보기가 안스러워서 그렇소 세월만 접어가니 망망대해 쪽배신세 갈곳 없이 헤메나니 밝히소서 밝히소서 일동 : 웅성웅성 소란하다. 나아갈길을 밝히소서 도적 1 : 이렇게 밤샘하면서 귀신 좋은 일은 그만하 고 우리들도 좀 먹여 주시구려 일동(합창) : 비바람 맞아가며 억세게도 살아왔오 풀길없는 많은 사연 도적 2 : 무공이 고강한 분들이 많은데 우리가 한 한맺혀 흘린 눈물 그 뉘라서 알아주랴 패가 되어 세도와 권세를 부리는 놈들을 털어 같 심산의 초로인생 초목은 알리로다 이 살아가면 얼마나 좋겠오. 신령님은 알을진대 귀신들 보다 우리가 났지 않소. 제주(아니리조로) : 고련재건 이루도록 이철민 : 뭣-? 신을 부정하는 요물들- 결코 용서할 신의 힘을 내려주옵소서 내려주옵소서 수가 없다.(검을 뽑아 내려친다) 6 · 창극대본집 I

뜻을 필수가 없으니 어찌 세상을 등지지 않을수 재빨리 칼을 피하는 도적들- 가 있겠오. 몇수의 칼바람이 스쳐간다. 피차 승부가 나지 않 는다. 이때 촌장이 싸움을 가로 막으며 오달현 : 적은 분께서 알아 주시니 고맙구려. 나도 말단 관직에 있다가 현감이 공금을 가로채 먹고 촌장 : 칼을 멈춰라. 이게 무슨 추태들인가. 짐승들 는 나에게 누명을 씌워 곤장만 죽게 맞고, 가진 이 웃고, 저 나무들이 비웃고 있어 부끄러운 일이 재물 다 뺏기고 ... 살아서 원수나 갚을 심산으로 야- 창피한줄 알아야 그게 사람이지 야간도주하여 이곳에 숨어 살게 되었오. 촌장님 말이 맞습니다 이철민 : 잘 알겠오. 말 못할 사연들이 있기에 이 심 서로 이웃하고 있는 처지에- 원한도 없이 피를 산계곡에서 몸부림치는 것이 아니겠오. 뿌려서야 되겠오! 그럼 촌장님 들으시요. (창) : 잘 잘못은 캐지말고 사이좋게 지냅시다. 촌장 : 자 이제 해도 솟아 올랐으니 각기 거처로 품은 뜻은 다르지만 삶의 권리는 같소이다. 돌아 조반들이나 들도록 합시다. 촌장(창) : 크나큰 뜻 이룰려고 촌장 : 어서들 돌아가세나 어서 어서 인간세상 등에두고 두메산골 적막강산 산적과 후예들 서로 손잡고 흔들며 각기 퇴장한 벗삼아서 숨쉬는데 작은 일에 옥신각신 다.(애잔한 음악 깔리기) 허송할 수 없소이다. 한편, 명화만 나무에 기대여 사색에 잠기다가 中 오달현(창) : 듣고 보니 옳은말씀 '숏으로 - 생각하니 슬프외다. 권세에 억눌리어 신음하며 숨어사는 버림받은 송장인데 명화 : 저 세상은 얼마나 먼 곳일까? 인간 세상이 (아니리조로) : 그러니 촌장님- 란 어떤 곳일까? 사람도 많고, 집도 많고, 큰 기 이 시각부터 자주 일어나는 서로의 싸움을 아주 와집도 많다던데 왜? 이렇게 보고 싶고 그리워질 끝내버리고 사이좋게 지냅시다. 까? (창) : 어이하여 그리먼고. 촌장 : 그럽시다. 그러나 그쪽은 남을 털어 살고 우 그리웁다 인간세상 천리길인가 만리길인가? 리는 농사지어 살고 있으니 뜻은 같이 할 수는 꿈에서만 그려보니 안타까운 이내 심사 없고 서로 지역을 범함이 없이 사이좋게 지냄이 꽃봉오리 펼쳐지는 꽃다은 십팔세라. 좋은 듯 하오. 꿈도 많고 한도 많아 오달현 : 그 참 옳은 말이요. 그러나 우리는 타고난 밤에는 달님에게 낮에는 햇님에게 도적이 아니요. 첩의 자식이라하여 손가락질을 받 비쳐달라. 밝혀 달라 고 ユ 세도가들의 횡포를 견딜수 없어 이 심산계 이 눈동자에 비치도록 마음으로 빌었노라. 곡을 찾아와 단 하루라도 자유스럽게 살아보려 인간세상 그리워서 했으나 먹고 살수가 있어야지요 수심에 잠긴 명화 도적 2 : 그래도 결코 없는자나 천민의 주머니를 턴 적은 없어요. 그놈들 세도가나 벼슬아치놈들을 명화 : 햇님, 인간세상에는 남녀의 사랑이 있다는데 털었지 그것이 뭣이옵니까? 가눌길 없는 이마음. 이것이 외로움이라는 건가요? 뭐가 뭔지 모르게 마음이 도적 1: 암 그렇다 마다. 백성들을 억누르고 뺏은 아프옵니다. 이것도 병이오니까? 재물을 다시 우리가 차지하는게 뭐가 죄가 되겠 오. 안그래요? 이때 산길을 타고 나타난 김집길. 개나리 봇짐에 이철민 : 말인즉 옳은 말이요. 병신이래도 양반의 삿갓을 등에 걸치고 한스러운 창을 읊으며 등장 자식이면 칼자루쥐고 호통하고, 상놈의 자식이나 한다. 서자나 종의 자식은 아무리 똑똑하고 현명해도- 심산의 별들 · 7

김집길(창) : 너도 나도 같은 인생 하물며 사내로서 그리 슬퍼하시느뇨 눈도 같고 코도 같은데 나라 제도가 잘못되어 김길집 : 오- 저 낭낭한 목소리 너는 양반 나는 서자 세도 밑에 천민이라. 권세만이 부귀영화 내 갈길이 바이없네 이때 명하는 수줍은 듯 얼굴을 가리고 뒷길로 사라진다. 창이 끝나며 평지로 들어선다. 김길집 : 아니- 분명 남장을 한 여자인데 아- 웬일 김집길 : 전라도 땅을 떠난지가 꼭- 십년세월이 흘 일까? 갑자기. 왜. 이다지도 가슴이 뛰는고- 어디 렀구나. 십년동안 사람을 볼수도 없는 바위산 중 말을 건네 보아야겠군. 낭자 낭자 턱에서 학문을 닦고 무술을 익혔으나 (창) : 어데다 쓰려고 공들여 배웠는가? 김집길, 명화가 퇴장한 쪽으로 뒤쫓아 나간다. 누굴 위한 학문이며 누굴 위한 검술인가? 오미옥 앞으로 나오며 한 많은 종의 신세. 화풀이로 배웠는고 저 하늘에 뜬 구름아 나를 실어 가려무나 오미옥 : 낯선 사람인데. 어찌 이곳에? 더벅머리로 보아 산중에 기거한 사람 같은데. 촌장의 딸 명화 이때 명화가 창을 받는다. 를 알고 있는 자인가? 한편에서 오미옥 나오다 나무 뒤에 숨어 본다. (창) : 사내기상 현출하고 늠늠한 장부기개 으실으실 빛난 눈길 이 마음 끌어가네. 명화(창) : 흐르는 뜬구름을 잡을 수는 없고요. 멀리서 본 그 모습은 사내중의 사내로세. 흘러가버린 강물은 돌아오지를 않아요. 첫눈에 느낀 정은 천생연분 아니던가? 청청 하늘에 먹구름이 덮이여 번쩍이는 뇌성벽력의 세찬 비도 나리어서 오미옥 : 그렇다. 뒤쫓아 가봐야지 만물이 겪는 비바람인데, 8 ■ 창극대본집 I

오미옥. 다리 밑을 빠져 뒤로 나간다. 왜놈 1: 하이하이 저 일본노 도요도미 히데요시가 상수 쪽에서 떠드는 소리 들리며 오달현, 도적 대군을 이끌고 현해탄이노 건너 이 조선을 정벌 1. 2명이 왜놈 해적 두명을 끌고 들어온다 이노 할려고 크게 준비노하고 있으무니다. 왜놈 2 : 지금이노 혹 부산이노 쳐들어갔을지도 모 오달현 : 요놈의 왜놈 해적들아! 그래 여기가 어디 루무니다. 라고 산중을 어슬렁거리고 있어! 오달현 : 뭐? 왜국이 조선을 침략한다고. 그게 정말 산적 1: 이 죽일놈들아 어서 꿇어앉지 못해! (꿇어 이야. 앉힌다) 왜놈 1, 2 : 하이하이 소-데스 왜놈 1: 아이고 다스게데 다스게데 나 말이나 듣고 죽이든지 사루돈지 하시오 네네- 왜놈 1: 마찌가이 아리마센 우리노 그 병대에 아니 노 가려고 해적이노 돼서 일본을 도망이노 했으 왜놈 2 : 하이하이 우리노 도망노왔오다. 도망- 하 무니다. 네- 네 이하이 오달현 : 이놈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큰 난리가 나 오달현 : 이놈들아 우리도 도적이지만 이나라 집안 겠는걸 도적이고. 네놈들은 남의 나라 해안을 휩쓸며 노 략질하는 때려죽여도 시원치 않는 해적이란 말이다. 산적 2 : 그럼. 이 강산이 쑥밭이 되겠군요. 도적 1: 제물을 강탈하고 부녀자를 농락한 못된놈 산적 1: 아무려면 어때요. 우리와는 상관이 없는데 들- 살려둘 수가 없다(칼을 높이든다) 산적 2 : 잘됐지 뭘그래 고관대작들과 세도부리던 왜놈 1: 아이고 아이고 살려나 주시오. 요기서 죽 놈들 어디 당해보라지 뭐 어나 하먼 억울이노 하므니다. 구야시 구야시 왜놈 1: 네네 풍신수길이노 군대 무서워요 고레뎃 왜놈 2: 우리노 해적이노 안하무니다. 삼철리노 강 뽀탕 조총대포 쿵 무서우니다. 산 아르무답고 기후노 좋아서 사르라고 헤헤 왜놈 2 : 우리노 같이 산에 숨어노 있으무 사라나 오달현 : 뭘 살려고 도망해 왔다고 물수도 있으무니다. 하이하이 왜놈 1: 하이하이 소데스 전 마리무니다.(손발질하 오달현 : 음- 앞으로 이놈들이 필요할때가 있을지 면서) 왜놈 해적이노 해안을 노략질이노 할때 모르니 산채로 끌고 가자 왜놈 2 : 가만히 가만히 도망이노 쳐서 왔음무니다. 산적 1: 아니 죽이지 않고요? 왜놈 1: 제바리노 사루노 주시고 우리 두리노 조선 오달현 : 죽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. 우리는 원 노 사람되게 하여 주시요. 래가 살인자는 아니니까 데리고 와 산적 2 : 아니 이자들이 우리나라에 귀화하겠다는 오달현 앞장선다. 말이아닌가요- 산적 1: 이놈들 꿈을 잘 꾸었구나- 자 가자. 가 오달현 : 음 맞아. 귀화하여 여기서 살려고 하는거야. 왜놈 : 하이하이 아 다스갔다 아리가도 아리아리가 왜놈 1. 2 : 하이하이 소-데스 헤헤헤 제바리노 부 도고자이마스 타구노 하무니다. 오네가이- 오네가이 이다시마스 산적 2 : 허 이놈들보게 벌써 아리아리랑 정선아리 오달현 : 네놈들을 어떻게 믿어 해적놈들인데 랑을 배웠나봐 이곳에서 얼마나 노략질을 했으면 왜놈 1: 미도 하시요. 우리노 정보노 제공이노 하 노래를 외우고 있겠나 며는 신지마스까- 믿어하무니까 산적 1: 이사람아 흥! 아리아리 아리랑이 아니라 이 오달현 : 그래 무슨 정보인데 빨이 아리니 살려달라는 왜놈들말이야 심산의 별들 · 9

산적 2: 아니 자넨 언제 왜놈말을 다알고 있나 도적 1(창) : 산세좋고 물도좋아 왜놈1.2 : 아리아리 아리가도 고자이마스 심산의 처녀네들 아침이슬 맞아가며 꽃봉오리 미소지으니 외로운 나비네들 산적 1: 괜찮아 이빨을 빼면 아리아리지 않아 어서 그냥 지나 가오리까 따라와 처녀 2(창) : 나비도 나비나름 왜놈들 굽실거리며 따라간다. 비록 꽃은 외로와도 도적나비 싫어하며 양반의 체통 지킨다오 산적 2: 아리아리고자이 고자이 고자 고자. 아니 저놈이 날 고자라고 한 것 아니야. 괴씸한놈들. 도적 2(창) : 허허허 세월은 유수로다. 말을 모른다고 함부로 지껄여 그래. 나 고자가 아 인간인들 별수 있나 닌 것을 보여주지 양반 양반 찾다가는 주름살만 늘어가오 산적 2 : 이놈들아 나 고자가 아닌걸 보고가지 그래. 처녀 1(창) : 닥치지를 못하는고- 비록 늙어 진토가 된들 도적서방 않두려니 허리춤에 손을 넣고는 뒤따라 나간다. 냉수먹고 속 차려라 한편에서 고을 처녀 1. 2 나타난다. 도적 1: 뭐- 뭐- 냉수먹고 속차리라고 처녀 1: 애 달래야 명화가 낯선 나그네와 숙덕거리 도적 2 : 그러지 않아도 아침저녁 냉수마시고 있다 고 있는 것이 아는 사이가 아닌가? 구. 그래. 도적도 살가 위함이고 살아있으니 아릿 처녀 2 : 아니야. 저 더벅머리 총각은 이 산세에서는 다운 처자를 보면 사내의 본능이 용솟음 치는 것 처음보았단 말이야. 혹 관가의 첩자가 아닐까? 은 어쩔수 없는 삶의 이치가 아니겠오! 처녀 1: 그러게 말이야 감히 이 계곡에 숨어들어 처녀 1 : 흥 그래도. 사내들이라고- 자고 이래로 사 왔으니 예사 일이 아닌데 람이란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하는거요 처녀 2 : 낯선 사람이 이 계곡에 들어와 살아서 나 처녀 2 : 비록 수목속에 파묻혀 살려고 버둥거린는 간 사람 하나도 없는데 초로인생이라 하지만 우리 고려 선대님들께서는 고관대작들을 지내신 지체 높으신 분들이란 그런 처녀 1: 아까운 총각 또 죽겠군. 그나저나 명화가 어 말이예요. 알았어요? 찌 그 더벅머리 사내를 알게 되었을까? 도적 1: 흥! 또 그놈의 양반타령이시구려 처녀 2 : 그러게 말이야 도적 2 : 그래 우리 천민은 사람이 아니랍니까? 당 처녀 1 : 사내가 퍽 잘 생겼더라 신들이 갖고 있는걸 똑같이 갖고 있단 말이요. 천 처녀 2 : 음- 비록 더벅머리는 가꾸지 않았어도 어 민은 손발이 없오- 아니면 눈, 귀, 코, 입이 없다 딘가 사내다운 기상이 엿보이지 않어? 는 말이오. 처녀 1: 둘이 서로 좋아하는게 아닐까? 도적 1: 그러지들 말아요 천대받는 상놈들이라 이 산세 신세를 지고 있는 판인데 여기서도 인간학 이때 산도적 1. 2 등장하며 대를 받는다면 정말 서럽구려 도적 1: 여보소 처자들 처녀 1 : 누가 천민이라 학대하는 것은 아니예요(우 물쭈물) 처녀 1. 2 : 어마나(꿈질 움직인다) 도적 2 : 사람의 권리행사는 같아야 합니다. 지금 도적 2(창) : 나이찬 아가씨들 이내말을 들어보소 이러한 판국에 허황된 꿈을 깨지 못하고 있는 그 처녀 1(창) : 남의일 참견말고 할말일랑 뱉아보소 네들이 우리들보다 더욱 처량만 하구려 10 ■ 창극대본집 I